홈 컴포스팅을 시작하면 뭐든지 흙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집에서 생기는 모든 음식 쓰레기를 퇴비함에 넣고싶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관리하는 퇴비함은 거대한 자연이 아니라 '작은 생태계'입니다. 특정 음식물은 미생물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심각한 악취를 풍깁니다. 심지어 애써 키운 지렁이를 오히려 없애기도하죠.
오늘은 일반적인 음식물 쓰레기 분류 기준과는 조금 다른, '성공적인 퇴비화'를 위해 반드시 걸러내야 할 품목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이 항목들만 잘 지켜도 컴포스팅 실패 확률을 5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1. 육류, 생선 및 유제품 (단백질과 지방류)
지자체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는 넣어도 되지만, 아파트 홈 컴포스터에는 가급적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악취의 주범: 고기나 생선이 부패할 때 발생하는 단백질 분해 가스는 미생물 발효 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약합니다.
- 해충 유발: 기름진 냄새는 파리뿐만 아니라 쥐나 바퀴벌레를 유인하는 강력한 신호가 됩니다.
- 분해 속도: 지방 성분은 분해 속도가 매우 느려 퇴비 전체의 진행을 더디게 만듭니다.
2. 맵고 짠 양념류 (소금과 캡사이신)
한국 음식의 특징인 강한 양념은 퇴비함 속 미생물에게는 '독'과 같습니다.
- 삼투압 현상: 높은 염분은 미생물의 세포막을 파괴하여 사멸시킵니다. 특히 지렁이를 키우신다면 소금기는 절대 금물입니다.
- 산도 불균형: 고추장, 고춧가루 등의 자극적인 성분은 퇴비의 산도(pH)를 급격히 변화시켜 발효를 멈추게 합니다.
- 해결책: 양념이 묻은 음식은 반드시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꽉 짠 후 투입해야 합니다.
3. 산성이 강한 시트러스 껍질 (레몬, 라임, 오렌지)
과일 껍질은 대표적인 '질소물'이지만, 신맛이 강한 과일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 미생물 억제: 시트러스 계열 껍질에 든 '리모넨' 성분은 천연 살균제 역할을 합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퇴비 속 유익균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
- 지렁이에게 치명적: 지렁이는 산성 환경을 매우 싫어하며, 레몬 껍질 등이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 활용법: 소량만 잘게 썰어 넣거나, 따로 모아 천연 세제를 만드는 데 활용하세요.
4. 분해가 안 되는 단단한 것들
이것들은 퇴비화 기간 내에 분해되지 않고 나중에 거름을 쓸 때 일일이 골라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줍니다.
- 씨앗류: 복숭아, 아보카도, 감 등의 크고 딱딱한 씨앗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 뼈와 패각: 닭뼈, 소뼈, 조개껍데기, 게 껍질은 일반 쓰레기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퇴비함에서도 분해되지 않습니다. (단, 달걀껍데기는 잘게 부수면 칼슘 보충제로 훌륭합니다.)
- 스티커와 비닐: 과일에 붙은 작은 라벨 스티커를 무심코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미세 플라스틱의 원인이 됩니다.
5. 의외의 복병: 병든 식물과 잡초 씨앗
베란다 화분을 정리하며 나온 부산물을 넣을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 병균 전염: 곰팡이병이나 바이러스에 걸린 식물을 넣으면, 나중에 완성된 퇴비를 화분에 줄 때 병균을 다시 옮기는 꼴이 됩니다.
- 잡초의 습격: 잡초 씨앗은 퇴비화 과정의 열기(대규모 시설이 아닌 경우)로 죽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화분에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결론: 단순할수록 건강한 퇴비가 됩니다
아파트 홈 컴포스팅의 황금률은 "내가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자투리만 넣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복잡하고 오염된 재료를 피할수록 여러분의 베란다는 더욱 쾌적해질 것입니다.
[9편 핵심 요약]
- 육류, 생선, 유제품은 악취와 해충의 원인이 되므로 아파트에서는 피해야 합니다.
- 소금기(양념)는 미생물을 죽이므로 반드시 씻어서 넣어야 합니다.
- 딱딱한 씨앗이나 뼈, 산성이 강한 레몬 껍질은 퇴비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다음 편 예고: "조금 더 빨리 수확할 수는 없을까? 발효 속도를 2배 높이는 천연 촉매제와 실전 팁을 공개합니다."
퇴비함에 무심코 넣었다가 후회했던 '최악의 재료'가 있으신가요? 다른 분들을 위해 경험담을 나눠주세요!